진리의 꼭대기에 올라선 자여, 좌절하지 말지어다!

진리의 꼭대기에 올라선 자여, 좌절하지 말지어다!
진리의 꼭대기에 올라선 자여, 좌절하지 말지어다!
스킨
스토리진리의 현자 : "자자, 곧 2부 강연이 시작됩니다~! 다들 자리에 앉으세요!!" 고즈넉하지만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조그마한 광장에 울려퍼지는 경쾌한 목소리! 화려한 모자를 쓰고서 우유 왕관 칼라와 와플콘을 닮은 금빛 소매를 멋드러지게 흔들며 강론을 펼치는 이가 여기에 있다. 옹기종기 모인 쿠키들의 중심에서 장대한 연대기를 막힘없이 읊다가도,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을 갓난쟁이 쿠키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쉽게 풀어 설명하는 수수께끼의 쿠키. 이야기를 듣기 위해 광장을 찾는 쿠키들은 존경심을 담아 그를 진리의 현자라고 불렀다. 처음부터 이 자리에 존재했다는 듯 유유히 나타나 기꺼이 가르침을 베푸는 이를 향한 호기심 또한 뒤따랐으니. 누군가는 그가 마법 학당의 교수일 것이라 말했고, 누군가는 저명한 도서관의 사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침내 질문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 쿠키가 현자가 거쳐 온 곳을 묻자, 그는 평소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진리의 현자 : "아주 높아서 발 디딜 곳 없이 좁은 자리에서 왔다네!" 단 한 번도 이해하지 못할 답을 주지 않았던 현자의 아리송한 대답. 그제야 쿠키들은 현자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유쾌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현명한 친구가 계속 머물러주기를 바라며 쿠키들은 더 이상 그의 이야기를 묻지 않기로 약속했다. 평소와 같이 현자의 말을 듣기 위해 광장에 모여들었던 쿠키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특별하지 않은 하루. 그러나 소리 없이 내려앉은 땅거미와 함께 현자를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칠흑처럼 긴 망토를 입고 커다란 모자가 드리우는 그림자 밑으로 표정을 숨긴 손님은 아무런 말 없이 그저 현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현자는 그의 뒤에 넘실대는 절망의 그림자를 눈치챘지만 누구에게나 그러하였듯 유쾌하고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 진리의 현자 : "처음 보는 친구 같은데... 오늘 강연은 끝났으니 내일 다시 찾아주겠어?" 돌아가 주기를 고상하게 돌려 말했으나, 어두운 손님 또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진리의 은둔자 : "쿠키들에게 진리를 전하는 것을 멈추세요." 현자 역시 순순히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진리의 현자 :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되돌아온 질문에 무표정하던 입가가 일그러지고 수수께끼의 손님이 현자에게 다가섰다. 현자는 그제야 불청객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자는 놀라움과 감탄을 담아 연극에 오른 배우처럼 과장된 인사를 건넸다. 진리의 현자 : "진리의 은둔자께서 찾아오시다니. 황송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동시에 현자의 반짝이는 외알 안경에는 호기심과 의문 또한 비쳤다. 진리의 현자 : "진리의 꼭대기를 지키고 서서 절대 내려오지 않는다 들었는데... 이 미천한 학자에게 무슨 용건이 있으셨을까?" 진리의 은둔자의 두 눈에는 비통함이 맺혔다. 진리의 은둔자 : "다 알고 있으면서 되묻지 말아요. 당신 또한 진리의 꼭대기를 확인했다면... 그 무엇도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 현자는 과장되게 손뼉을 쳤다. 진리의 현자 : "아하~ 우리의 은둔자 님께서 꼭대기를 내려오지 않았던 이유를 드~디~어~ 알겠네! 진리를 구하는 쿠키들이 조금이라도 깨달음에 가까워지려고 하면 가차 없이 밀어내던 이유도!" 현자는 은둔자의 확인을 구하듯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진리의 현자 : "나는 또 어떤 욕심쟁이가 진리를 독차지하려나 했는데~ 그저 진리 앞에 좌절하는 쿠키가 없기를 바랐던 것뿐이었으렷다?" 은둔자는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오히려 잔인한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알게 모르게 쿠키들을 진리의 길로 이끄는 현자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진리의 현자 : "나 역시 아무것도 없는 그 꼭대기에서 마주한 끔찍한 진실... 모두를 구할 진리는 없다는 사실에 이끈 마음속 목소리를 수천 번, 수만 번 원망했지!" 은둔자 역시 거쳐온 수천 번, 수만 번의 원망을 누르지 못하고 절규하듯 되물었다. 진리의 은둔자 : "그렇다면 더더욱 왜...!" 현자는 다른 쿠키들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하늘을 가리켰다. 진리의 현자 : "완벽한 진리는 없지만... 불완전하더라도 자신만의 진리를 걸어갈 가능성마저 부인할 수는 없지 않겠어?" 그리고 그 만의 과장되고 우아한 움직임으로 두 손을 펼쳐 보았다. 진리의 현자 : "어쩌면 다른 쿠키들이 고난을 겪지 않게 하겠다는 은둔자 님의 진리처럼 말이야." 은둔자는 현자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자는 은둔자의 대답을 알고 있었다. 기나긴 밤이 지나 언제나처럼 광장에는 아침이 찾아왔고, 현자는 새로운 강론을 시작했다. 그림자를 닮았던 불청객이 다녀갔음에도 광장은 여느 때와 달리 평온했으나... 현자는 들을 수 있었다. 세상 곳곳에서 진리를 찾아 가장 높고, 좁은 곳으로 향하는 쿠키들의 발걸음 소리를.
여담쉐도우밀크 쿠키가 타락하지 않고 퓨어바닐라 쿠키가 타락한 if 설정을 배경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