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가장 슬픈 희극

스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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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 가볍고 경쾌한 날개짓 소리가 한데 모여 장난스럽고도 아름다운 선율을 피워내는 풀잎 요정들의 숲. 오늘도 요정들은 짓궂은 농담을 섞어가며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눈다. 가장 깊은 밤, 하얀 달빛과 촉촉한 새벽 이슬을 머금고 피어나는 백합의 요정여왕에 대한 소문은 요정들 사이에서 가장 재미난 이야깃거리다. 그 어떤 불가능한 꿈도 현실로 만들어준다는 한밤의 요정여왕의 이야기... 하지만 오늘따라 이 이야기를 유심히 듣는 한 쿠키가 있었으니, 바로 위풍당당한 풀빛 왕관을 쓴 요정왕, 퓨어바닐라 쿠키다. 퓨어바닐라 쿠키 : "그럼 그 누구도 한밤의 백합 요정여왕을 만나본 적 없다는 말인가요?" 퓨어바닐라 쿠키의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열의와 열정이 담겨 있었다. 이를 놓칠 리가 없는 요정들. 요정 쿠키1 : "그럼요, 퓨어바닐라 쿠키님! 물론이죠!" 요정 쿠키2 : "백합 요정여왕의 꽃봉오리는 푸른 밤에만 피어나는데, 꽃봉오리에 다가오는 쿠키들을 백합 향으로 홀려서 잠재워버린다고 해요!" 요정 쿠키 3:"깨어나보면, 이미 백합꽃은 지고 사라져버리기 마련이죠!" 요정 쿠키 4:"왜요~? 풀잎 요정왕 퓨어바닐라 쿠키 님도 소원을 빌러 가실 생각인가요?" 간밤에 요정들이 장난으로 퓨어바닐라 쿠키의 잠든 눈 위에 뿌려둔 사랑의 묘약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평소보다 달뜬 퓨어바닐라 쿠키의 태도에 요정들은 신이 난 듯 키득거린다. 이를 알 리 없는 퓨어바닐라 쿠키는 질문을 듣지 못한 척 그저 평온한 웃음을 애써 지어보일 뿐이었다. 모두가 잠든 그날 밤, 퓨어바닐라 쿠키는 잠자리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그 움직임이 어찌나 비밀스러웠는지 풀잎 스치는 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얼마나 오래 소리죽여 걸었을까, 퓨어바닐라 쿠키가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백합 요정여왕이 피어난다는 성소. 마치 신전의 기둥처럼, 한 폭의 벽화처럼 아름답게 뒤엉킨 백합 넝쿨들을 살그머니 지나치자, 저 멀리 거대하고 신비한 꽃봉오리가 새하얀 달빛을 받으며 그 자태를 드러냈다. 퓨어바닐라 쿠키는 긴장되기 시작했다. 퓨어바닐라 쿠키는 자신의 소원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그리고 절대 잠들지 않고 꽃봉오리 앞까지 다가가겠노라 마음을 다잡았다. 한 걸음, 가만히 들려오던 풀벌레들마저 숨을 죽이고 퓨어바닐라 쿠키를 지켜보는 듯했다. 숲속에는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두 걸음, 어딘가 아주 멀리서 퓨어바닐라 쿠키를 향한 부름 소리가들려왔다. 밤바람의 장난 같기도 했다. 세 걸음, 짙은 백합 향이 퓨어바닐라 쿠키를 휘감았다. 아득한 향에 퓨어바닐라 쿠키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지만, 어쩐지 동시에 마음이 벅차올라 눈물이 날 것도 같았다. 몇 걸음을 더 걸었을까. 어느새 퓨어바닐라 쿠키는 자기 스스로 새하얀 달빛을 받으며 거대한 꽃봉오리 앞에 서 있었다. 퓨어바닐라 쿠키는 확신했다. 잠의 관문을 모두 넘고 승리했음을, 자신이 꿈에 그리던 백합의 여왕에게 도착했음을. 마침내 꽃봉오리가 열리고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난 백합의 요정여왕, 세인트릴리 쿠키는 인자한 듯 서글픈 듯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퓨어바닐라 쿠키를 바라보았다. 세인트릴리 쿠키 : "백합 향을 쫓아서 왔구나. 너의 소원은 뭐야?" 퓨어바닐라 쿠키는 타들어갈 듯한 마음을 움켜쥐고 공손히 여왕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퓨어바닐라 쿠키 : "아름다운 나의 여왕,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마다 나는 당신을 꿈꿔왔어요. 나의 마음 속에서 당신은 나의 세상, 꿈,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당신을 위해 나의 모든 걸 바치겠어요. 나의 여왕이여, 내가 당신의 영원한 반쪽이 될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퓨어바닐라 쿠키의 소원을 들은 세인트릴리 쿠키는 한참 말이 없었다. 새벽 이슬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한 방울 그의 볼을 타고 도르르 흘렀다. 이내 세인트릴리 쿠키가 입을 뗐다. 세인트릴리 쿠키 : "영원한 반쪽이라... 단꿈을 꾸는구나. 자, 일어나렴, 함께 손을 잡고 춤을 추자. 아침이 오기 전까지..." 퓨어바닐라 쿠키 : "아침이 오기 전까지라구요? 그치만 저는 당신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은걸요!" 세인트릴리 쿠키: "너무 오래 향에 취해있다보면 돌아갈 길을 잊을 테니까. 자, 어서, 지금 너와 나는 함께잖아. 잠시라도 함께 행복한 순간을 즐기지 않겠니?" 잠시 고민하던 퓨어바닐라 쿠키는 세인트릴리 쿠키의 손을 잡았다. 퓨어바닐라 쿠키는 세인트릴리 쿠키의 말을 믿지 않았다. 지금 느껴지는 이 순간이, 이 마음이, 이 사랑이 영원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렇게나 깊은 마음이 아침이 된다고 사라질 수는 없었다. 그래서 퓨어바닐라 쿠키는 세인트릴리 쿠키의 손을 잡고 춤을 췄다. 터질 것 같은 마음을 안고서, 영원한 행복감에 취해서. 푸른 넝쿨 신전의 거대한 꽃봉오리 앞에서 잠든 퓨어바닐라 쿠키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지만 그 꿈속에서 두 쿠키는 마치 영원히 해가 뜨지 않을것처럼 춤을 췄다. 하지만 아침은 다가오고 있었고, 세인트릴리 쿠키는 자꾸만 아침 이슬을 닮은 눈물을 흘렸다. 세인트릴리 쿠키 : "미안해, 너의 단꿈을 깨워야만 해서..." 희미하게 속삭이는 세인트릴리 쿠키의 말은 퓨어바닐라 쿠키에겐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다음 날 아침 퓨어바닐라 쿠키의 얼굴에 남아 있을 아침 이슬만이 행복한 꿈의 흔적으로 남아있을 터였다. |
여담 | 퓨어바닐라 쿠키와 세인트릴리 쿠키의 스킨 인연으로, 컨셉은 한여름 밤의 꿈의 오베론과 티타니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