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솔세릴) 침묵의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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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솔세릴) 침묵의 시간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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벰-
2025.09.21 00:00 37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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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연성
매주 토요일마다 올라옵니다3편 / 총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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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p


  • 날조/캐붕 주의/약 5,500자
  • ⚠️피폐? 정신병? 요소 포함
  • 본 글은 사일런트 솔트 라이브 전에 작성되었다 지금 올리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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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릴리는 제 목에 겨누어진 차가운 칼을 느꼈다.


날붙이가 금방이라도 목을 뚫을 수 있음을 직감했다. 험한 꼴을 당하고 싶지 않아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주위에선 비린 딸기잼 냄새가 물씬 풍겼다.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절대 쓰러지거나 포기할 순 없었다. 적어도 제 과거의 동료들을 위해선 말이다.




세인트릴리는 사일런트 솔트를 노려보았다.

저 투구 뒤의 표정은 당연하게도 알 수 없었다. 차갑기만 한 침묵은 정도, 용서도 없을 것 같았다.


희미하게 전해 듣기로는 제 앞의 비스트는 가장 무자비하다고 했다. 잔인함으로 둘째가라면 서운할 정도로 말이다.



아까 처음 마주했을 때 보여주었던 살육에 미쳐버린 듯 행동하면서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다가오는 그 모습이 얼마나 소름끼쳤는지. 달려가는 쿠키 집단들을 기다란 칼로 하나하나 베어 길을 내는 행동에는 망설임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 순간을 즐기거나 별 의미 없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칼이 쿠키 반죽을 부드럽게 베어버리며 내는 끔찍한 울음소리가 아직도 머리에 맴돌았다. 어떻게 그렇게 살인이 당연하다는 듯 행동할 수 있는 거야? 묻고 싶었다.



-



사일런트 솔트의 칼은 세인트릴리의 목에 겨누어진 채 아무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쿠키들을 살육할 때와 달리, 지금은 오히려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보였다. 무참하게 행동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그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세인트릴리는 백합 마법봉을 꼭 쥐었다. 눈 앞의 비스트가 방심할 때 쯤 반격할 생각이었다.




“사일런트 솔트. 그게 네 이름이 맞지?”




사일런트 솔트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묵묵히 칼을 겨누며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원하는 게 뭐야, 소울잼? 아니면 나?”


“……”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서서 잠에 들었다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아무 미동도 제대로 된 의사소통 표시도 없었다. 세인트릴리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팡이를 창마냥 사일런트 솔트를 향해 겨누고 힘껏 찔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단 몇 초도 안되는 사이. 세인트릴리는 제아무리 사일런트 솔트라도 이 공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채는 데는 겨누고 찌르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더 많이 걸렸다. 세인트릴리로서는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걸 피했고, 또 잡았다고?



사일런트 솔트는 세인트릴리의 지팡이를 으스러질 정도로 잡고 있었다. 단 한 손이었음에도 세인트릴리는 압도됨을 느꼈다.



저건 일반적인 쿠키가 전혀 아니다. 절대로.

적어도 자신이 아는 상식 선에서는 말이다.




‘무슨 쿠키 힘이 이렇게…!’




사일런트 솔트는 손의 지팡이를 잡아당겼다. 세인트릴리가 힘없이 끌려왔다. 그러는 도중에도 손에서 지팡이를 놓지 않았다.


지팡이를 잡은 손에 힘을 더 주어 흔들었다. 그러나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몸에 힘이 더 빠질 뿐이었다.



사일런트 솔트는 지팡이를 던져놓았다. 힘없이 손에서 나가떨어진 지팡이는 땅에 데구르르 굴렀다. 초라해진 지팡이에 둘 다 관심을 주지 않았다.



세인트릴리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 괴물은 절대로 자신 혼자서 이길 수 없다. 퓨어바닐라를 포함한 동료들이 저를 도와주지 않는 이상 말이다.




‘… 퓨어바닐라.’




퓨어바닐라가 그 어느 때보다 그리워졌다. 달콤한 바닐라 향기에 감싸여 행복하게 대화하던지 하고 싶었다.

다시 한 번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그 연구에 다시는 손대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았을 텐데.



다 자신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세인트릴리는 고개를 푹 숙였다. 끝없는 절망의 쓴맛이 입 안 가득 느껴졌다.



칼이 불쑥 자신의 눈앞으로 들이밀어졌다. 깜짝 놀라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


“… 원하는 게 뭐지?”



사일런트 솔트의 칼이 세인트릴리의 얼굴을 가리킨다.

뾰족한 끝날에 이마가 베일 것 같다.




“… 나?”




사일런트 솔트의 투구가 절래절래 흔들렸다. 불운한 첫만남 이후로 그가 처음으로 표현했던 의사표현이었다. 당황스러운 의사표현에 세인트릴리가 잠시 당황했던 것도 잠시,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그가 무엇을 바라는지는 모르겠다. 자신도, 소울잼도 원하는게 아니라면 도대체 뭘 원하는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자신 너머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너도… 나와 비슷하다.”




그의 투구 안에서 기묘한 목소리가 울렸다. 웅웅거리는 소음이 어딘가 섬뜩했다.

처음으로 사일런트 솔트가 입을 연 것이었다. 다만 ‘두렵다’라는 감정보단 ’의아하다‘라는 감정이 지금 세인트릴리의 혼란스런 마음을 정의내리기에 더 알맞을 것이었다.


자신과 사일런트 솔트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소울잼을 공유한 사이’라는 것 빼곤 딱히 비슷한 것이 없었다.




“내가 너랑 비슷하다고?”


“… 나도 오랜 동료들을 져버렸지.”


”……”




이번에 침묵하는 쪽은 세인트릴리였다.

사일런트 솔트의 말에 뭐라 반박하고 싶어도 할 말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깊은 속마음은 그의 말을 인정하고 있었다.



‘자신은 옛 동료를 져버렸다.‘




“하지만 난 달라지려고 하고 있잖아.”


“노력한다고 사실이 바뀌나?”


“… 그럴 순 없겠지만 적어도 인식은 바뀌지 않을까.“


“과연.”




사일런트 솔트가 칼을 얼굴에서 치웠다. 그렇지만 세인트릴리는 목숨을 노리는 위협이 사라져 안심되긴 커녕, 오히려 더 긴장되는 분위기를 느꼈다.

칼 하나 치운다고 주위의 광경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이 도대체 뭐야?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봐.”


“넌 정말 용서받으리라 생각하나? 얼마나 많은 죄를 저질렀으면서 뻔뻔하게도 용서를 요구해?“




자신이 저지른 그만큼의 일을 똑똑히 기억하는 건 결국 자신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심지어 가장 절친한 친구인 퓨어바닐라마저 말이다.



같은 소울 잼을 공유하는 사일런트 솔트가 세인트릴리 자신이 저지른 일을 자신만큼이나 잘 알진 확신이 들진 않았다. 다만, 어쩌면 상당한 만큼 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일런트 솔트의 투구 안에서 음산한 소리가 울렸다. 무슨 말을 할지 두렵다. 무슨 말이 나오든, 반드시 반박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블루베리 요거트 학당.“


“…!”


“순진한 시절의 겁없는 네 도전이 얼마나 큰 위협이였는지 기억하나? 부서져내린 수많은 죄없던 생명들이 다 너 때문에 사라진 거다.“


“……”


“그 생명들이, 고작 네 같잖은 노력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는 거라면. 진작에 그딴 생각은 버리는 게 나았다.”




사일런트 솔트의 말이 세인트릴리의 가슴을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꾹 닫힌 입을 억지로 열어 반박했다.




“… 그건 이미 지나가버린 일이야. 그때의 난 그저 궁금했을 뿐이,“


”변명.“




사일런트 솔트의 목소리는 온기 없이 얼음장 같았다. 투구 뒤에 숨겨진 눈은 세인트릴리를 벌레 보듯 보고 있을 것이었다.




”네가 뿌린 씨앗이 얼마나 큰 열매가 되리라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건가? 용서를 구하고, 인식을 갈아엎고 싶다면 저지른 죄를 곱씹고, 최후까지 기억해라.“




사일런트 솔트는 아무 위협적인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세인트릴리를 바라보고, 손의 칼을 까닥였다. 답변을 재촉하는 걸까.



세인트릴리는 알 수 없는 초조함과 강박을 느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과거의 일 같은건 시공간을 거스리지 않는 이상 고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자신이 악영향을 끼쳤던 곳을 찾아가본다?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사과한다?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럼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있는가? 뭘 원하는 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가능해? 죄가 사라질 수는 있을까? 지금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존재할까? 그게... 가능할까?



정말?



불가능해 안된다고 제발다고 나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어 탁이야 방법 알려줘 제발 어떻 해야 해?


 

제발


부탁이야

제발

.



-




세인트릴리는 깊은 후회와 함께 몸이 무너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망연자실한 눈동자에는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자유에 관한 의지와 희망 따위 보이지 않았다.




“… 내가, 뭐 어떻게 해야 해…?”




세인트릴리의 맑은 목소리가 슬픔으로 갈라졌다.


붉은 눈에서 흘러나온 한 방울 눈물이 땅에 툭 떨어졌다. 그 한 방울이 신호였을지는 몰라도 곧이어 여러 방울이 톡톡 소리를 내며 메마른 땅에 닿았다.



간절한 바람을 담은 눈은 사일런트 솔트를 향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침묵의 늪이 마치 세인트릴리를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



백합에 소금을 뿌리면 백합은 죽는다.



가뜩이나 시들기 시작한 백합에 소금을 제공한 건 사일런트 솔트였다.


말라 비틀어지기 시작한 뿌리에 꽃잎은 시들고, 연약해질 대로 연약해져버린 줄기는 바람에 흔들렸지만 미처 꺾이지는 않았다.




-



세인트릴리를 등지고 사일런트 솔트는 침묵 속에 걸음을 옮겨 시야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떠나기 전, 그의 투구 아래서 새어나온 한숨은 단순 동정의 의미였을지, 혹은 자신과 같은 길을 걷지 않길 바라는 선대의 마음이었을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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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따옴표 구별하기 귀찮아요 메모장에 써있는거 그대로 신경 안쓰고 옮긴 거라…

아무튼 봐주셔서 고마워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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