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얀데레물/일상물
리퀘 마감 이슈로 평소보다 분량이 다소 짧습니다.!!
아래 노래를 틀고 들으시면 더 몰입하시기 수월하실겁니다☺️
《내 물감이 마를 때까지》
#004. 후유증
ㅡ
아침이다. 평소라면 상쾌하게 등교하며 하루를 시작했겠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다. 내 지금 상태는 정말 불안정하다. 차라리 어젯밤 있었던 일을 단순히 내 상상으로 만들어낸 환각 정도로 정의하고 싶었다. 그게 정말 포레스트 블룸 쿠키의 영혼이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정말 버티지 못 할 것이다.
평소라면 그림, 반 친구들, 동아리 같은 것들을 한 껏 느끼며 행복하게 지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드르륵-
오늘도 별 다를게 없는 교실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평소보다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는 것 정도.
나는 내가 괜찮다는 걸 최대한 어필하려 했지만 내 짙은 다크써클 덕에 전혀 통하지 않았다.
툭툭-
"저기.. 로즈 크림맛 쿠키. 괜찮아? 아까부터 안색이 안좋아보여.."
슈가 코튼맛 쿠키다. 내 창백한 안색을 보고 다가온 듯 하다. 말이 웅웅 거리면서 들리고 정확한 발음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최대한 무슨 말인지 해석하는데 온 신경을 쏟았다. 그리고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 어서 괜찮다고 안심시켜줘야 하는데.
"ㅇ.아.. 나는 괜찮아.'
실수했다. 말을 버벅거리면 괜찮지 않다고 쐐기를 박아버리는 것과 다를게 없잖아? 이럴 땐 빠르게 화제를 돌리는게..
"아 그나저나 그 얘기 들었-".
핑-
머리가 핑하고 돈다. 머리가 깨질 듯 지끈거린다.
"으윽.."
나는 얕게 남아있는 정신을 붙잡고 내 이마를 짚었다.
내 이마는 불덩이처럼. 아니, 어찌보면 불덩이 보다 뜨겁게 끓고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있던 슈가 코튼맛 쿠키는 제 손등을 내 이마에 살짝 접촉했다. 그러더니 뜨거운 핫팩이라도 만진 것 처럼 빠르게 손을 떼고 다른 손으로 그 손을 감싸며 호호 불었다.
"로즈 크림맛 쿠키. 너 열이 펄펄 끓고있어. 보건실 가보는 건 어때?"
슈가 코튼맛 쿠키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차피 상태가 나쁘단 걸 숨기기도 늦었고.. 내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이니.. 보건실에 가보는게 낫겠지.
"그래. 슈가 코튼맛 쿠키 걱정 고마워. 혹시 나 이대로 가다간 쓰러질 것 같아서 부축 조금 부탁해도 될까?"
"물론이지. 난 네가 얼른 나아서 조회 시간 전에 같이 농담하고 싶은걸?"
슈가 코튼맛 쿠키가 사람좋게 웃으며 농담했다.
ㅡ
드르륵-
나는 슈가 코튼맛 쿠키의 부축을 받으며 보건실로 향하던 중 슬금슬금 교실 밖으로 나오는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를 마주했다.
응?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이 곳엔 웬일이래? 나는 2반이고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는 11반일텐데..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 이 곳엔 어쩐일이야?"
나는 뭔지 모를 반가움이 들어 인사하기 위해 슈가 코튼맛 쿠키를 벗어나고 있었다. 맞은 편 에서도 나를 발견한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활짝 웃고 손을 흔들며 내게 한 발짝 두 발짝 다가오고 있었다.
휙-
"보건실 가는 중 아니였어? 친구를 만나 반가운 건 알겠지만.. 너 몸도 신경써야해." 슈가 코튼맛 쿠키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때, 슈가 코튼맛 쿠키가 내 손목을 확 잡더니 방향을 틀어 다시 보건실 쪽으로 돌아서고 빠른 속도로 걷기 시작했다.
핑-
윽..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회전한 탓에 무리를 느꼈는지 몸이 휘청거렸다. 어째선지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내가 제대로 서있는지 조차도 판단할 수 없었다.
그렇게 갈팡질팡하다가,
털썩-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어렴풋이 주변에서 괜찮냐고 다급하게 소리지르던 소리의 기억과 함께 시야가 암전되었다.
ㅡ
부스럭-
나는 전보다는 덜 지끈거리는 머리와 함께 보건실 침대에서 일어났다. 시곗바늘은 5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내앞엔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와 슈가 코튼맛 쿠키가 침대 옆 의자에 앉아있었다. 아마도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 슈가 코튼맛 쿠키가 주변에 있던 선생님들과 함께 나를 어떻게 잘 끌고 온 듯 했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슈가 코튼맛 쿠키는 꽤 많이 울었는지 부은 눈으로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로즈 크림맛 쿠키 일어났구나.. 정말 미안해.. 나는 일이 그렇게 흘러갈 지 전혀 몰랐어.."
슈가 코튼맛 쿠키가 제 할말을 와르르 쏟아냈다.
"괜찮아 슈가 코튼맛 쿠키.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낙담하지 마."
나는 다정하고 온화한 말투로 슈가 코튼맛 쿠키를 달랬다.
"내가 네게 그런 짓을 했는데 어떻게 날 용서할 수 있는거야?"
슈가 코튼맛 쿠키가 울먹이며 내 손을 꽉 맞잡았다.
"그럴 수 있지. 내가 유독 오늘 컨디션이 안좋았잖아. 네 잘못이 아냐."
나는 미소지으며 슈가 코튼맛 쿠키에게 말해주었다.
그 때 그 소리를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들었는지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점차 정신이 돌아오는 듯 보이더니 깨어 얘기하고 있는 나를 보고 깜작 놀라서 말했다.
"로즈 크림맛 쿠키 너 괜찮아? 너 몇 시간 동안 침대에만 누워있었어. 나 그거보고 죽은건 아닌가 어찌나 걱정했던지.."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평소라면 죽어도 하지 않을 낯부끄러운 말들을 연속적으로 계속했다.
"헉.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 그렇게까지 걱정해주다니.. 정말 감동받았는 걸? 나는 괜찮아. 조금만 더 쉬면 완전히 회복 될 것 같아."
나는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를 보며 활짝 웃었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는 슈가 코튼맛 쿠키를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슈가 코튼맛 쿠키, 나 잠깐 로즈 크림맛 쿠키와 둘이서만 대화하고 싶은데 자리 비켜줄 수 있어?"
"...알겠어."
드르륵-
ㅡ
"로즈 크림맛 쿠키. 오늘 상태가 많이 안좋았어? 그렇게 픽하고 쓰러질 줄이야.. 그렇게 컨디션이 안좋았으면 차라리 결석을 하지.."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서운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아하하.. 나도 이렇게까지 안좋은 상태인 줄은 몰랐는 걸.. 알았다해도 나는 등교를 했었을거야. 한 번의 무단 결석도 대학교 진학 쪽엔 꽤나 큰 문제가 될테니까.."
나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 때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근데 말이야..."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