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얀데레물/일상물
오늘 회차엔 얀데레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혈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얀데레 요소가 살짝 있으니 유의 부탁드려요!!
약 3600자.
아래 음악을 틀고 들으시면 몰입이 더 수월하실 거예요!!
《내 물감이 마를 때까지》
#013.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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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으러 왔다고? 아,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도 그 소문을 들었겠구나. 하긴, 소문에 둔한 나도 알았는데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모를리가..
"..아, 그 소문 얘기하러 왔구나."
로즈 크림맛 쿠키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얼굴을 애써 피한다. 소문이 사실은 아니지만, 그리고 자신이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대한 마음 또한 확실히 접어두었지만, 내심 나쁘지 않다고 느꼈던 자신의 이 못난 속내를 알아채면 어쩌지 하고.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는 그런 로즈 크림맛 쿠키의 얼굴을 잠시 살피다 로즈 크림맛 쿠키 옆에 나란히 선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돌려 로즈 크림맛 쿠키를 바라본다. 로즈 크림맛 쿠키도 고개를 돌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를 바라본다.
자신이 예전에 그토록 갈망하던, 눈에 담고 싶어하던 그런 끝없는 은하수 같았던 그 머리카락이 이제는 그런 느낌과 조금 동떨어진다. 믿음과 신뢰, 그리고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잠재력을 가진 그 느낌보단 너무 어두워 앞길을 내다볼 수 없는 칠흑같은 어둠이, 어째선지 비틀린 감정이 느껴진다.
"아, 물론 나도 그 소문 들었지. 근데 너 상태도 안 좋아 보이는데 그 얘기를 꺼내기는 조금 그렇잖아."
싱긋 웃으며 그 말을 끝마친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는 오른쪽 벽에 전시되어있는 그림들을 바라본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시선의 끝엔 우리 부원들의 그림들이 쭉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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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술 동아리는 한 달에 한 번, 다 같이 한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풍습 비스무리한 게 있다. 보통 그 풍습은 우리 동아리 부원들 뿐만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교내 학생 전체가 그 우수한 실력과 그림들을 기대할 정도로 유명하다. 그래서 5년 전 부터 내려왔다는 이 풍습은 아직까지도 잘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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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해 미술 동아리의 사월 달의 주제는 희망, 오월 달의 주제는 우정, 그리고 현재, 유월 달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미술 부장인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의 작품엔 그 쿠키의 가족으로 보이는 작은 두 아이들이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를 다정하게, 그리고 또 포근하게 안고있다. 그 모습이 무척 화목해 보여서, 로즈 크림맛 쿠키를 미소 짓게 만든다.
그 옆에 걸린 딸기잼맛 쿠키의 풋풋한 사랑, 초코민트맛 쿠키의 포근한 사랑에서 시선을 떼고서 마주한 그림은 로즈 크림맛 쿠키와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사랑이다. 두 쿠키의 그림은 조금은, 아니 많이 다른 형상의 사랑이었다.
로즈 크림맛 쿠키의 사랑은 ㆍ ㆍ ㆍ
투명한 색채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랑하는 이를 향한 그리움과 후회가 짙게 묻어나온다. 애절하게, 어찌보면 후련하게 부르는 듯 보이는 수채화로 표현된 로즈 크림맛 쿠키의 사랑과는 다르게,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유화로 표현된 사랑을 묘사한 무언가는 어딘가 비틀린 감정이 가득 실려있다. 꼭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애초부터 그런 감정이 다 달콤하게 꾸며둔 위선 같다는 듯이..
하지만 그렇게 보이는,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도려내어진 사랑은 자신이 최고의 형태의 사랑이라는 양 재잘대고 있다. 이 헌신적인 자신이 사랑이 아니라면 그 어떤게 사랑을 나타낼 수 있겠냐는 듯한 집착적일 정도의 반복적인 속삭임은 꽤나 소름돋는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그 집착적인, 갈망하는, 잔인한 사랑을 묘사한 그 쿠키를 바라본다. 그 쿠키의 싱긋 웃는 표정이 로즈 크림맛 쿠키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저 쿠키는 어떤 사랑을..
"사랑 까짓 거..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 형태만 유지할 수 있다면 사랑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살짝 낮은 어조로 그 문장을 내뱉는다. 사랑의 정의를 전혀 모르는 쿠키같은 말에 조금은 충격받은 로즈 크림맛 쿠키의 뒷통수가 얼얼해진다.
"사랑을 받아봐야 알겠지 뭐.."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아주 작게,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의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사랑이 그런 감정이야? 로즈 크림맛 쿠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유화로 두껍고 진득하게 칠해진, 다 마르려면 적어도 6개월은 훌쩍 넘게 걸릴 듯한 본인의 그림을 잠시 응시하더니, 이내 로즈 크림맛 쿠키의 그림을 가리킨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진한 유화와 다르게, 로즈 크림맛 쿠키의 얇고 투명한 수채화의 그림이 로즈 크림맛 쿠키의 눈에 담긴다.
로즈 크림맛 쿠키의 속내와 다른 그 투명한 사랑은.. 자신의 더러운 속내를 깨끗한 유리에 포장하는 것만 같아서 ㆍ ㆍ ㆍ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위선적인 사랑을 그려냈다고 생각했는데, 위선을 그려낸 쿠키는 다름아닌 자신, 로즈 크림맛 쿠키라고 느껴진다.
"너가 묘사해낸 이런 투명한 감정이 사랑이라면.."
"로즈 크림맛 쿠키, 너는 나를 사랑해?"
...뭐?
로즈 크림맛 쿠키가 출처를 모르는 날카로운 가시에 찔려 가슴 한 편이 아려온다. 말을 더 이어붙이지 않았지만, 무슨 말을 의미하는지 알 것만 같은 그 짧은 한마디에 정곡이 찔린다.
아, 마침내 알아챘구나. 내가 너에게 감정이 있다는 걸.
그래, 이런 날이 올 줄은 알고 있었잖아.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는 걸.
..그런데 어쩌지, 나는 이제 더이상 너를 향한 나의 무책임한 감정을 포기해버렸는 걸.
"뭘 그리 생각하고 있어? 로즈 크림맛 쿠키."
그 말에 대한 답변을 기대하는 듯, 확신하는 듯한 그 어조를 들으니 그 작았던 죄책감은 배로 불어나 나를 삼켜버리려 한다.
나는. 나는...
"..아니, 무언가 오해한 것 같은데.."
"우리는 친구잖아, 그치?"
로즈 크림맛 쿠키가 기어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
하지만 그 말에 안심할 줄 알았던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진다. 동아리실을 감싸던 따스한 노을이 사라지고 서서히 어두워지는 때,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은하수같던 머리카락은 그림자에 드리워져 순식간에 모든 것을 다 삼켜버릴 듯한 블랙홀같은 검은 빛으로 변한다.
..뭐지, 내가 뭐를 잘못 말했-
내 끔찍한 악몽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대체 왜, 대체 왜? 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아? 나를 사랑하지 않아?"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표정엔 당혹감과 현실 부정, 그리고 짙은 광기가 섞여 들어가 있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겨우 네 시선 끝에라도 닿고 싶어서, 아주 찰나라도 네 웃는 표정이라도 보고 싶어서, 너를 향한 나의 사랑을 보답받고 싶어서.. 내 자신마저 버려 버렸는데.. 자신마저 도려내야만 했는데.."
로즈 크림맛 쿠키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진다. 한 발 늦게 알아챈 로즈 크림맛 쿠키는 어딘가 차가운 표정을 짓는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는 나를 좋아했구나. 미치도록 좋아했구나.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그런 로즈 크림맛 쿠키의 표정은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정신을 더욱 사지로 내몰 뿐이다. 더 굳어버리는 그 쿠키의 표정이 자신의 노력마저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 같아서..
"내가 그 쿠키야. 포레스트 블룸 쿠키라고.. 너가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아서 그 때 죽은 척 떠나버렸는데.. 사실 그때 너는 날 좋아했잖아. 그치? 지금도 그렇잖아. 얼른 그렇다고 말해."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감정은 슬픔은 한참을 지나쳐버린 허탈의 선계에 들어선다. 이제는 다 필요없다는 듯, 로즈 크림맛 쿠키만 있다면 다 해결 될 것이라는 표정을 하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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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아세요? 이번 회차 부터 프롤로그 이후의 스토리라는 사실을요 갸악..!!! 이 연출 하려고 열심히 빌드업 해왔으니 프롤로그부터 정주행 해보십쇼 흐흐..
+아직 복선은 많이많이 남아있습니다.!! 이 연출로 끝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