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얀데레물/일상물
오늘 회차에는 얀데레 요소 포함X
약 3500자.
아래 음악을 틀고 읽으시면 몰입이 더 수월하실 거예요.!!
《내 물감이 마를 때까지》
#012. 거짓 소문¿
ㅡ
다음 날, 로즈 크림맛 쿠키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등교하고 수업을 듣는다. 여느 때처럼 적당히 수업을 듣고 짧은 쉬는 시간이 로즈 크림맛 쿠키를 반긴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 관련 일과 미술 동아리 일이 겹쳐져 현재의 로즈 크림맛 쿠키는 매우 피곤한 상태이다. 짙은 다크서클에 절여진 로즈 크림맛 쿠키가 책상 위로 엎어져 잠시 눈을 붙이려는데-
"야야, 너 그 소문 들었어?"
주변에서 반 아이들이 작게 재잘댄다. 평소보다 그 소리가 더 크고, 의도적으로 들리는 것 같지만.. 너무 피곤한 탓에 그렇게 느껴지는 거 겠지.
이제 진짜 자야-
"아, 모를리가 있겠어? 우리반 애가 그 유명한 사차원 걔랑 사귄다던데."
"이름이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랑 로즈 크림맛 쿠키.. 아, 걔네 미술 동아리잖아. 뭐 미술 동아리에서 뭔 일 있었나?"
"어떤 애 말로는 어제 걔네가 학교 근처에서ㆍ ㆍ ㆍ."
...뭐야 이거? 그게 무슨 소리인데. 내가 뭘 들은거야..?
잠이 확 깬 로즈 크림맛 쿠키가 고개를 들어 조잘대던 아이들을 쳐다본다. 하지만 섬뜩하게도 반 아이들은 사냥감을 문 듯 로즈 크림맛 쿠키를 힐긋 바라보고 있다. 눈이 마주치자 반 아이들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자기들끼리 속삭인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당장이라도 나서서 해명하고 싶다. 어쩌면 어제 그 꿈 때문일까, 로즈 크림맛 쿠키는 차마 그 말을 내뱉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린다.
로즈 크림맛 쿠키의 대놓고 약한, 툭 건들기만 하면 휘청일 것 같은, 두려움이 한가득 담긴 눈빛에 반 아이들은 그제서야 조금 위안이라도 되는 듯 비웃는다. 작게 말해서 자세히 들리지 않아 정확히 알아들을 순 없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로즈 크림맛 쿠키를 조롱하는 느낌을 담고 있다.
그 상황에 로즈 크림맛 쿠키는 극도로 두려움을 느낀다. 모두가 그 증명되지 않은 가십거리를 즐기며 로즈 크림맛 쿠키에게 활시위를 겨눈다. 구석 자리에 위치한 로즈 크림맛 쿠키는 순식간에 내몰리며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 못한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발을 더 디딜 수 없는 절벽에, 반의 구석에 다다른다. 이제 누굴 믿고 절벽 밑으로 뛰어내릴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는 구조에 주저앉아 절망할 뿐이다.
그 때, 로즈 크림맛 쿠키의 불안정한 상태를 알아챈 누군가가 로즈 크림맛 쿠키의 손목을 잡고 황급히 반을 벗어난다. 어딘가 익숙한 향취가 로즈 크림맛 쿠키를 스쳐 지나간다. 아이들의 눈에 잘 안보일 복도 끝에 다다르고서야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그 쿠키는 뒤를 돌아 로즈 크림맛 쿠키를 바라본다.
"야, 너 괜찮아?"
슈가 코튼맛 쿠키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놀라며 잡고있던 손을 뿌리친다.
"하.. 싸워놓고 이런 말 하면 진짜 어이없을 거 아는데.. 너가 상태가 안좋아보여서.."
슈가 코튼맛 쿠키의 표정에는 걱정과 약간의 연민이 섞여 들어가있다. 진정성이 가득한 표정이지만, 이미 한 번 배신당한 쿠키의 도움으로 절벽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우리의 산산조각난 우정의 고리를 결합할 수는 없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슈가 코튼맛 쿠키를 빤히 응시하며 침묵을 유지한다.
슈가 코튼맛 쿠키가 대체 나를 왜 도와줬을까. 이제와서 자신이 나의 구원자라고 사주하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그래 뭐.. 선의로 그런 짓을 할리가.
로즈 크림맛 쿠키가 부정적인 생각들을 잔뜩 흘려보내다 잠시 스친 생각에 멈칫한다. 강렬하지만 폭력적이고 잔인한 선홍 빛의 글씨에 현혹되듯 터무니 없는 그 생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아, 슈가 코튼맛 쿠키. 너는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와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에게 내 뒷담을 했었다고 했지?
너가 그렇게 입이 가벼운 아이라면..
혹시나.. 아주 미약한 가능성이라도.
나를 내몰은 이 소문도 너가 퍼트린 것 아닐까?
그냥 그렇다고, 너가 한 짓이 있는데 이정도 생각은 해도 되는 거 아니야?
로즈 크림맛 쿠키는 스스로를 세뇌하며 천천히 입을 연다.
"너야? 그 소문 퍼트린 쿠키가."
당연히 슈가 코튼맛 쿠키가 그랬을 리 없다. 손절한 친구가 걱정되어서 구해준 쿠키가 오죽하면 또 챙겨주기라도 할까. 현재 로즈 크림맛 쿠키는 정말로 그 소문의 주동자를 색출해내는 게 아닌, 그저 이 더럽고 역겨운 기분을 쏟아낼 대상이 필요한 것 뿐이다. 로즈 크림맛 쿠키의 루비 같은 눈엔 한층 더 짙은 빛의 붉은 색이 깔려있다. 그 눈의 색깔이, 꼭 잔혹한 피처럼 보이게끔 만든다.
"뭐? 그럴리가 없잖아.."
슈가 코튼맛 쿠키가 어이없단 듯 로즈 크림맛 쿠키를 쳐다본다. 실망감을 가득 품은 그 어조와 눈동자에 로즈 크림맛 쿠키는 가시에 찔리듯 따끔거리지만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는다.
그런 로즈 크림맛 쿠키에게 실망한, 씁쓸한, 어찌보면 질린 것 같아 보이는 슈가 코튼맛 쿠키가 한 마디를 내던지고 자리를 뜬다.
"적어도 도와줬다면 감사 인사 정도는 해줄 줄 알았는데.. 너무하네. 문제점을 모르는 나만 애쓰지."
로즈 크림맛 쿠키에게 완전히 등을 돌린 듯한 슈가 코튼맛 쿠키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강한 죄책감에 짓눌려 압박받는다. 이전에도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비슷하면서도 살짝 결이 다른 죄책감에 멈칫한다. 슈가 코튼맛 쿠키.. 날 열심히 챙겨주긴 했었지.. 내가 너무했나.
근데 뭐 어쩌라고? 본인이 먼저 배신 한 거 아냐? 내가 이런 거지같은 기분을 왜 느껴야 하는데?
충격으로 흐려진 판단력은 잘 돌아오지 못한다. 적어도 주변에서 보조할 쿠키라도 있어야 겨우 갈피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실로 현재의 로즈 크림맛 쿠키를 판단하자면, 먼저 내민 손을 뿌린 로즈 크림맛 쿠키를 판단하자면, 판단력이 흐릿한 상태이다 못해 매우 불안정한 상태일 것이다.
ㅡ
방과후.
로즈 크림맛 쿠키는 인파가 가득한 복도를 벗어나 동아리실에 도착한다. 문을 들고 동아리실에 들어간 로즈 크림맛 쿠키는 잠시 진정하며 생각을 정리하기로 한다. 물론.. 학원도 가야했지만 이 상태로 일정을 소화하다간 이 느낌이 역류해 역효과를 낼 것이 뻔했기에,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쉬어야만 한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동아리실 벽에 기대어 생각을 정리한다. 어디서부터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아 슈가 코튼맛 쿠키와 틀어지기 전부터,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를 만나기 전부터, 어쩌면 미술 동아리에 지원하기 전부터의 생각을 꺼내어 자신의 앞에 펼쳐둔다. 멀리서보면 성장해 진로에 한발 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뚜렷하게 보일지라도, 가까이서 그 안을 들여다보면 미숙하고 너무나도 어렸던 자신의 기억이 가득 묻어있다.
로즈 크림맛 쿠키가 잠시 생각하며 미술 동아리실을 둘러보던 중, 미술 동아리실의 문이 활짝 열리고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들어온다.
"어? 뭐야. 여기에 있었네?"
마치 자신을 찾아다녔다는 느낌의 말에 살짝 놀라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하며 인사한다.
"안녕,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 잠깐 생각 정리 좀 하고 있었어. 너는 무슨 일로 왔어?"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는 잠시 다가오던 걸음을 멈추고 싱긋 웃는다.
"너 찾으러 왔는데."
ㅡ
열심히 분량 정상화 하는 중..? 완결이 얼마 안남아서 그런지 술술 써지는 건 기분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