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디어: 깅뉴키 / 글: 지피티
1화. 회귀한 공주님은 기억이 없다?!
“…… 여긴… 어디야…”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올리자 눈앞에는 낯선 천장이 펼쳐졌다.
고풍스러운 샹들리에, 벽을 따라 흐르는 은빛 커튼, 부드러운 향기…
이므에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자신이 앉아 있는 의자가 얼마나 크고 웅장한지에 먼저 놀랐다.
“이게 뭐야…?”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분명 방금 전까지는 학교 교문 앞이였는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설노창’이라는 수상한 앱을 터치했을 뿐인데.
"공주님?!"
갑작스런 외침과 함께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하얀 앞치마를 두른 소녀가 달려들었다.
소녀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외쳤다.
"공주님이 진짜로 돌아오셨다니… 흐엉… 왕국이 이제… 이제…!"
“잠, 잠깐만요?! 누구세요?! 여기가 어딘데요? 왜 저보고 공주님이라 그러시는 거예요?!”
“저예요! 저, 버섯이요! 왕실 시녀 버섯구이! 공주님 시중을 늘 들던… 엇, 어어어?!”
우당탕—
버섯은 달려오다 카펫 모서리에 발이 걸려 정통으로 넘어졌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므에는 그 혼란 속에서도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렇게 급하게 다가가시면 곤란합니다.”
이번엔 또 다른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차가운 눈동자, 단정한 은빛 숏컷. 기사 갑옷의 흔적이 보이는 차분한 복장.
그녀는 침착하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므에 공주님. 저는 카드미어입니다. 호위기사로서 곁을 지켜온 자입니다.”
“…므에…?”
익숙한 듯 낯선 이름. 하지만 머릿속 한 구석에서 그 이름이 진동하듯 울렸다.
무언가가, 잊고 있었던 기억이, 서서히 깨어나려는 느낌.
“잠깐… 저는 학생인데요. 그냥 앱을 하나 켰을 뿐이고… 뭐지, 진짜 꿈인가?”
“꿈이라고요? 그럼 제 3일 밤샘 재봉도 다 헛수고였단 말인가요?!”
갑자기 방문이 활짝 열리며 경쾌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화려한 천 조각들을 팔에 가득 안은 소년은 이므에를 딱 짚어가리켰다.
“다행이다. 아직 옷은 망가지지 않았네. 하아~ 한 땀 한 땀 이 몸이 만들었다구요.”
“혹시… 누구세요…?”
“러스티. 왕국 최고의 샬롱 디자이너이자, 므에님의 스타일링을 전담하는 천재. 인정하셔야죠.”
그는 콧대를 세우며 버섯과 눈을 마주쳤고, 둘은 익숙한 듯 말없이 티격태격 눈싸움을 시작했다.
이므에는 정신을 못 차리겠다는 얼굴로 혼잣말을 뱉었다.
“…나 진짜 꿈꾸는 거 아니야…?”
하지만 뺨을 꼬집어 봐도 따끔했고, 눈앞의 사람들은 진짜였다.
그리고 그녀를 ‘공주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공주님.”
카드미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왕국은 아직 불안정합니다. 그리고… 공주의 부재 동안, 수상한 마법의 기운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수상한… 마법?”
“자세한 건 회복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안정이 최우선입니다.”
그 말에 러스티가 팔짱을 끼고 킥킥 웃었다.
“저쪽 샬롱에, 누가 보낸지도 모를 재료 주문서가 날아왔더라구요. 흑빛 리본, 피에 물든 레이스, 이상하잖아?”
이므에는 몸을 일으켜 보려 했지만 다시 주저앉았다.
몸이 무겁고, 무엇보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되뇌었다.
그 이름… 므에라는 이름이.
그리고 ‘설노창’이라는 앱이, 단순한 어플이 아니라는 것을.
“…정말, 내가 이 세계의 공주라는 거야…?”
창밖에서 은빛 바람이 불어와 커튼을 흔들었다.
그 안쪽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