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얀데레물/일상물
오늘 회차에는 얀데레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약 4500자.
아래 영상을 틀고 읽으시면 더 몰입하시기 수월하실거에요!!
《내 물감이 마를 때까지》
#002. 미술 동아리
"자자, 나부터 소개할게. 나는 미술부의 부장을 맡고 있는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라고 해! 나는 수채화를 즐겨하는 편이야. 잘 부탁해!"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가 힘있는 목소리로 짧게 자신을 소개한다.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
전교에서 가장 유명한 쿠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맑고 빛나는 흰 눈동자에 하트 모양 특이 동공, 하늘색 긴 생머리를 가진 꽤 예쁜 쿠키다.
그저 예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사교성, 성적도 다 평균보다 한참은 더 높게 갖추고 있으니 대부분 인생 2회차라고 생각 할 정도다.
"다음은..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소개하자!"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 이름을 보아하니 아까 그 네이비 머리의 쿠키인 듯 하네. 어떤 애려나? 궁금한데..
"..아, 알겠습니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첫 등장부터 눌러쓰고 있었던 후드 모자를 벗는다.
나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아니,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네이비색 머리에 4시의 눈부신 햇빛이 겹쳐져 영롱하고 신비한 은하수를 연상시켰다.
"와. 어떻게 저런 빛이 날 수 있지?"
나는 혼자 작게 중얼거렸다.
그 유명한 미술부장인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 옆에 앉아 있었지만 외모로 절대 꿇리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동아리실의 분위기를 압도했다고 느꼈다.
미술부장을 제외한 나머지 부원들은 멍하니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 상황을 뭔가 이상하게 느낀 듯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는 얼른 자신에 대한 소개를 끝마치기 위해 계속 이어나갔다.
"네. 저는 2학년 11반, 이름은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입니다. 유화를 주 종목으로 삼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깔끔하지만 조금은 딱딱해보이는 소개였다.
응? 잠시만 2학년? 이상하다. 나도 2학년이지만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에 대해 아는 정보가 정말,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생겼다가 1주 내로 사그라드는 작은 헛소문 마저도 듣지 못했다.
그런 애가 지금 전교에선 사차원으로 소문이 퍼져있다고?
흠.. 반이 멀어서 그런가.. 어쨌든 내 알 바는 아니니 신경 끄자.
내가 지금 집중해야 하는 건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아니라 미술 동아리니까.
"다음, 딸기잼맛 쿠키!"
미술부장인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가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이끌어갔다.
"안녕! 나는 3학년 4반, 딸기잼맛 쿠키라고 해! 나는 아크릴화를 주로 하고있어, 친하게 지내자!"
딸기잼맛 쿠키는 활짝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딸기잼맛 쿠키.. 들어본 적 있다. 저번 교내 미술 대회에 참가해 최우수상을 탔던 쿠키였던가? 주변에선 그 선배(딸기잼맛 쿠키)를 완전히 그림에 광적일 정도로 집착한다고 한다. 그만큼 노력하신다는 것이겠지..
자신의 소개를 마치고는 옆을 슬쩍 쳐다보더니 이내 말했다.
"다음으로 너가 소개해! 초코민트맛 쿠키!"
초코민트 쿠키는 이 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자기 소개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와다다 쏟아내기 시작했다.
"안녕! 나는 3학년 4반 초코민트맛 쿠키라고 해!! 나는 아크릴화를 주로 하는 편이고, 책읽기나.. 영화보는 것도 좋아해."
"음.. 그리고 또 뜨개질이나.. 공예.. 그리고 또.. 노래부르ㄴ-"
딸기잼맛 쿠키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초코민트 쿠키 소개를 끊으려 입을 막으려 했다.
"으. 뭐야? 나 아직 소개중이라구."
초코민트맛 쿠키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재잘거렸다.
"음 그래서 노래부르는 것도 좋아하는데.. 아, 동아리 끝나면 다같이 노래방이라도 갈래?"
딸기잼맛 쿠키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에게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이 꼭 sos를 요청하는 강아지처럼 보여서, 나는 그만 웃어버릴 뻔 했다.
애써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그 곳엔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있었다.
잘은 안보이지만..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는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저렇게 무표정을 하고 있으니 도통 생각을 읽는 시도 조차 할 수 없다..
그 쿠키를 더 자세히 볼 때 마다 은하수 같은 머릿 빛이 더 선명하게 빛나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가 더욱 빤히 쳐다봤다.
휙-
그 시선이 꽤나 부담스러웠는지,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는 반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내가 너무 부담스럽게 쳐다봤구나. 하지만 아직도 그 머리 색은 적응이 안되는걸..
"마지막으로 로즈 크림맛 쿠키! 소개 부탁할게."
결국 딸기잼맛 쿠키의 sos..아니, 눈빛을 읽어내기 성공한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가 입을 열었다.
그제서야 딸기잼맛 쿠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나를 바라봤다.
"안녕하세요! 2학년 2반, 로즈 크림맛 쿠키입니다! 수채화를 주로 하고 있어요. 앞으로 잘 지내봐요! "
나는 앞에 활발한 초코민트 쿠키에게 다 빨려버린 기력을 쥐어짜내 최대한 밝아 보이도록 소개했다.
억지로 웃고있는 중인데.. 티나려나.
나는 분명 그렇게 소심하고 체력 없는 편이 아닌데.. 초코민트 쿠키의 소개를 들으니 활발함의 압도적인 끝을 본 것 같았다.
"그럼 이제 우리 동아리 계획을 세워보자!
ㆍ ㆍ ㆍ
ㅡ
그렇게 어찌저찌 동아리의 첫 시간이 마무리가 되었다.
첫 만남까지만 해도 정말 망하는거 아냐? 라고 생각했었지만 다행히 분위기는 좋게 흘러갔다.
...초코민트 쿠키로 인해 계속 다른 주제로 이야기가 새긴 했지만.
나는 오늘 일들을 회상하며 피식 웃었다.
톡-
내가 가방을 정리하며 집으로 갈 준비를 할 때 누군가 내 옷자락을 잡았다.
"저기, 안녕..?"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였다.
음?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내게 말을 걸었다고? 동아리 내내 그냥 다들 하는 말을 흘려들으며 한 치의 관심도 없다는 듯이 멍만 때리던 그 쿠키가?
"응,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 무슨 일이야? 필요한 거 있어?"
"혹시 오늘 나랑 같이 하교할래?"
부끄러운 듯 말 끝을 흐리며 말했다.
음? 하교.. 나쁠 건 없지..
"아 그래, 잠시만 교실 밖에서 기다려! 금방 준비할게."
그 말을 듣고 기쁜지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는 활짝 웃고 교실 문쪽으로 향했다.
저렇게 웃을 수 있는 쿠키였나..?
그 때,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가 내게 걸어왔다.
"오늘 동아리 어땠어?"
"생각한 것 보다 훨씬 괜찮았어요!"
"응? 어떨 줄 알았길래. 아무튼 우리 동아리에 남자는 너 뿐이라 잘 적응할 수 있겠어?"
"앗. 그 부분은 걱정마세요! 딱히 불편하지도 않아요."
"그럼 다행이네. 근데 말야.."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덧붙였다.
"너 정말 오늘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와 하교할거야?"
"네? 문제될 게 있을까요?"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그렇게 작게 말했던 걸 들으셨다고? 귀가 밝으신 분이셨구나..
"아 사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워낙 소문이 안좋기도 하고.. 너랑 하교하는게 목격되면 너도 소문에 엮일 가능성이 커서.."
클라우드 소다맛 쿠카 머뭇거리다 내 귀에 작게 귓속말했다.
"혹시 그 소문을 자세히 말해주실 수 있나요?"
"아, 전에 학교ㅍ-"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는 뭔가를 말하려다 멈칫하고 이내 제 손으로 본인의 입을 막았다.
"아니야. 쓸데없는 말을 했어. 어쨌든 그 친구와 엮이지 않는것을 추천해."
"어쩌면 따돌리려는 것 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너와 그 친구를 위한 일이니 생각해줘.. 그럼 안녕."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가 횡설수설하더니 짐을 챙겨 쫓기듯 교실 밖으로 나갔다.
뭐지..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가 너무 빠르게 말한 탓에 했던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학교ㅍ-"
어? 학교폭력?
아. 학교폭력을 당했었나? 성격상 가해 쪽은 아닐테고..
애초에 학교폭력이라고 말한 게 맞긴 한가?
흐음.. 어쨌든 이 주제는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 앞에서 꺼내지 않는게 좋겠다. 조심하자.
"그리고 더 챙겨줘야지."
혼자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런데 아까부터 내 바로 앞에 있는 보라색 형체는 뭐지?
너무 몰입해 생각하느라 미처 신경쓰지 못했다.
진하고 어두운 보라에서 점차 선명한 파랑 계열로 변하며 은하수처럼 일렁이는 형체가 있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머리색을 닮았는데.
...응? 잠시만..
"나랑 같이 하교한다며? 하도 안오길래 다시 왔어."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어쩐 일 인지 아까보다 밝은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아 맞다. 나 같이 하교하기로 했지.
"앗. 정말 미안해.. 생각할게 좀 있어서"
나는 당황해서 횡설수설 말했다.
"무슨 생각? 나 챙겨준다고?"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한 손으로 자신의 배를 부여잡고 한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며 쿡쿡 웃었다.
나는 그말을 듣자마자 온 몸이 경직되고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어졌다.
아하.. 내 중얼거림을 들었구나..?
"아니야. 잘못들은 걸거야.. 나는 그런말을 한적이 없-"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내 얼굴 상태를 살피더니 더 많이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려 애쓰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챙겨준다니 고마워."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전보다 더 크게 미소지었다.
저런 농담도 하는 걸 보니 생각보다 그리 소심한 성격은 아니구나..
나는 속으로 생각하고 얼른 이 농담을 끝내기 위해 대화를 빠르게 다른 화제로 돌렸다.
"이제 하교하자. 이대로면 나 학원 지각할거야."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