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디어- 깅뉴키
글- 지피티
《프린세스 설노창》
19화 – 눈토끼와 릴리, 그리고 악의 손끝
소환수는 아직 이름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존재가 있었다.
흰 털, 맑은 눈, 긴 귀.
그것은 토끼처럼 생겼지만, 시선은 사람보다 깊었다.
> “그 아이는 태어난 존재야. 파괴가 아닌, 의미를 위해서.”
눈 속에서 걸어 나온 눈토끼는 어느새 인간형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하얀 망토와 눈꽃 문양의 지팡이, 맑은 눈동자. 그리고 팔레트와 김미소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 “너희들이 만든 감정의 결정체는, 너무 순수해서 위험해. 그 아이를 수호하러 왔어.”
므에는 눈토끼를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간다.
> “당신은… 누구야?”
> “나는 이 세계의 감정이 만든 감시자. 이름은 없어도 돼. 사람들은 날 눈토끼라 불렀지.”
그리고 그 순간—
쿠구구궁…!!
루미나르 왕궁이 진동한다.
연구실 구역에서 붉은빛이 터져나왔다.
―찰칵, 철컥, 쾅!
누군가가 문을 찢고 들어온 것이다.
> “역시, 여기였군.”
텐지안.
그는 검은 망토에 가려진 채,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주변 공기는 전혀 달랐다. 무언가 끊임없이 질식하게 만드는 압박감.
그리고 그 뒤에 있던 소녀—
질투의 정령, 릴리.
> “미안하지만, 여긴 우리한테 좀 필요해서~ 방해하지 마라구?”
릴리는 초록빛의 덩굴을 휘감으며 공격해왔다.
쇠처럼 단단한 덩굴이 연구 장비를 부수며 므에를 향해 돌진한다.
므에는 놀라며 피하려 했지만—
훽! 한 줄기의 덩굴이 발목을 휘감았다.
> “으—으악!”
> “므에!!”
커연이와 솔소류가 달려오지만, 릴리의 덩굴에 막힌다.
그때 텐지안이 입을 열었다.
> “정령의 힘을 소유한 자, 네 감정은 결국 너를 배신하게 될 거다.”
므에는 덜덜 떨리며 말했다.
> “난…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릴리는 비웃었다.
> “그래, 너도 질투해봤지? 너도 누구를 미워해봤잖아?”
> “네 안의 감정은 진짜 깨끗하기만 할까?”
므에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순간—
미소라고요가 므에의 곁에서 그녀의 손을 감싸쥔다.
> “괜찮아요. 감정은 나쁜 게 아니에요. 슬픔도, 분노도… 다 너의 일부야.”
므에는 눈을 감고 숨을 내쉰다.
덩굴이 점점 더 조여오지만, 그녀의 손끝이 반짝였다.
> “내 감정이 나를 삼키지 않게 할 거야.
내가 감정을 품을게.
감정이 나를 움직이게 해.”
쨍—!!
강렬한 빛이 덩굴을 잘라냈다.
소환수의 힘이 반응한 것이다.
눈토끼도 다시 지팡이를 들어 마법진을 펼친다.
> “이 아이는 아직 이름 없는 존재. 하지만… 이 아이는 너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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