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물감이 마를 때까지》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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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물감이 마를 때까지》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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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내 물감이 마를 때까지》6화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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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ro
2025.07.21 06:22 13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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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물감이 마를 때까지
얀데레물/일상물 소설입니다🙇‍♀️ 매주 화/일 연재7편 / 총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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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데레물/일상물



오늘 회차는 얀데레 요소를 거의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약 3100자.



아래 노래를 틀고 읽으시면 더 몰입하기 수월하실 거예요!!






《내 물감이 마를 때까지》





#006. 금




로즈 크림맛 쿠키는 속으로 생각한다.


나를 배신했고, 사과해도 못할 망정 뻔뻔하게 괜찮냐는 말만 늘어놓고 있어? 참나 어이가 없어서..




슈가 코튼맛 쿠키와 나 사이의 연결고리에 차츰 실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러다 생각을 이어나갈 때 마다 별로 티도 나지 않았던 실금은 점점 벌어져 쩌적-하는 소리와 함께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큰 금이 간다.


나는 처음에 그런 실금을 보고 방관한다. 그리고 점점 그 금이 커질 때, 어서 다급하게 부정이라는 이름의 본드로 그 틈을 메운다.


그 행동이 반복되며, 그 굳세던 연결고리는 억지로 붙여버린 본드 흔적에 감싸져 무엇이라고 정의내릴 수 없는 형태로 변질된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원래 순하고 짜증도 잘 삼켜내어 기억을 잊어버리는 편이었지만 이번엔 어쩐지 화가 목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믿고 의지하던 친구가 알고보니 다 위선이고 가식이었다는 사실에 정말 충격받고 이성의 끈이 끊어질 뻔 했지만, 어찌저찌 마음을 다잡고 결심한다.


만약 오늘 방과후에도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제 완전히 엇갈릴 것이다.



방과 후.


방과 후, 모든 반 친구들이 교실 밖으로 나가고 슈가 코튼맛 쿠키와 로즈 크림맛 쿠키만 적막한 교실에 남겨진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슈가 코튼맛 쿠키가 언제 쯤 이야기를 꺼낼지 궁금해 그 쿠키를 빤히 쳐다본다. 로즈 크림맛 쿠키의 눈엔 형용할 수 없는 차갑고 푸른 색의 분노와 역겨움이 섞여 들어가 있다.


"슈가 코튼맛 쿠키, 할 말이 뭔데?"

참다 못한 로즈 크림맛 쿠키가 먼저 입을 연다.


그 쿠키의 눈과 미약한 움직임에는 서운함과 아리송함을 담고 있다.


"나 뭐 잘못한 거 있어?"

슈가 코튼맛 쿠키가 조심스레 묻는다.


"사실 내가 실수한 게 있긴 하지만 어제 너가 스스로 괜찮다고 하기도 했-"


로즈 크림맛 쿠키는 순간 부여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쳐버린다. 그리고 슈가 코튼맛 쿠키의 말을 끊는다.


"몰라서 물어?"


속은 분노로 부글부글 끓고 있었지만 애써 그 감정을 저 뒤편으로 감추고 무표정을 지어보인다.

그 표정과 말이 당황스러웠는지 슈가 코튼맛 쿠키는 벙찐 표정을 짓다가 눈을 굴려 자신의 죄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내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듯 로즈 크림맛 쿠키를 갸우뚱 쳐다본다.


"무슨 일 인지 말해줄 수 있을까? 전혀 모르겠어서 말이야.."


로즈 크림맛 쿠키는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잘근 깨문다.

슈가 코튼맛 쿠키가 저렇게까지 뻔뻔할 줄은 몰랐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스트레스로 인한 과호흡으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가쁘게 숨쉰다. 그리고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말한다.


"너 내 뒷담깠다며.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와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에게. 어떻게 너가 내게 그럴 수 있어?"

로즈 크림맛 쿠키는 최대한 진정하며 말하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가 되어 제 몸을 가누지 못한다. 그리고 휘청거리다 벽을 짚는다.


"뭐? 내가? 나는 그런 적 없어. 맹세해. 그러니 안심해도 돼."

슈가 코튼맛 쿠키가 진실된 눈빛으로 나를 위로하며 손을 뻗는다.

한때 그 맑은 눈빛이 든든하고 의지하고 싶게 만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 눈빛은 내게 굳건하고 믿음직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능청스레 진실인 양 말하는 것 처럼 들린다.


"끝까지 그러네. 실망이야, 슈가 코튼맛 쿠키."

로즈 크림맛 쿠키가 그 말을 남기고 짐을 챙긴 뒤, 쫓기듯 교실을 뛰쳐나간다.



그렇게 발악하며 연명하던 우리의 연결고리는 툭-하고 끊어진다.


그렇게 우리는 완전히 엇갈린다.




교실을 빠져나가고부터 무작정 집으로 달려간다.

계단에서 달려서 내려가다 하교하는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를 발견한다. 나는 내 지금 상태를 저 쿠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더 빠른 속도로 지나가려한다.


"응? 로즈 크림맛 쿠키? 늦게 하교하ㄴ-"

로즈 크림맛 쿠키의 가방을 꽉 잡고 그를 멈춰세운다. 그리고 그의 몰골을 확인하더니, 말을 잇지 못한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 미안, 나 지금 얼굴이 이따위라."

나는 바닥만 쳐다보며 손을 꼼지락거린다.

이 쿠키에게 만큼은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실망하겠지.


"너가 왜 미안하다고 해. 그나저나 로즈 크림맛 쿠키, 무슨 일 있어? 안색이 안좋은데."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내게 한 발 다가오며 내 얼굴을 살핀다.


"나.. 슈가 코튼맛 쿠키랑 절교한 것 같아.. 결국은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어쩐지 마음이 안좋아서.."


그 말을 듣던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얼굴을 찌푸린다.


"너가 그렇게 죄책감 느낄 필요 없어. 네 잘못 없잖아. 그 쿠키가 다 잘못한거야."


"그 일이 마음에 걸릴 때 마다 생각해. 그건 그 쿠키의 잘못이니 그럴 필요 없다고."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진심어린 위로를 받고 표정이 조금 풀린 로즈 크림맛 쿠키는 고개를 끄덕인다.


"응.. 고마워,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


"별말씀을. 내가 곁에 있어줄게, 너는 나만 믿고 따라오면 돼. 나만 바라봐 알겠ㅈ-"


텁-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말을 하다 실수했다는 듯 본인의 입을 막는다.


"아, 미안. 너무 과했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멋쩍게 웃는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두 뺨이 붉게 상기되어있다.


"괜찮아, 오히려 그렇게 까지 말해주니 고마운 걸. 널 믿고 따라갈게."

로즈 크림맛 쿠키는 방금의 근심을 다 떨쳐내고 활짝 웃으며 말한다.

다시 생기를 되찾은 로즈 크림맛 쿠키의 눈이 루비처럼 밝게 빛난다.

그 모습을 본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도 로즈 크림맛 쿠키를 따라 활짝 웃는다.


그 따수운 웃음에 나는 마음이 뭉클해지고 간질거림을 느낀다. 지긋지긋하고 날 괴롭게 하는 이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평생 계속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따뜻한 느낌에 푹 빠져들어 나오고 싶지 않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그래, 이런 친구라면 나는 버틸 수 있다. 이전의 기억은 저 너머로 던져버리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내게 필요한 것은 슈가 코튼맛 쿠키가 아니라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다. 내가 믿고 의지할 쿠키도, 따라갈, 계속 바라볼 쿠키도 전부 슈가 코튼맛 쿠키가 아니라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다. 나는 그렇다는, 어쩌면 언젠가 그렇게 될 것 이라는 기이한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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