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얀데레물/일상물
약 3700자.
아래 노래를 틀고 읽으시면 몰입이 더 쉽습니다!!
《내 물감이 마를 때까지》
#007. 오답과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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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크림맛 쿠키와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나란히 계단을 내려간다. 내려가면서 미드나잇 베리만 쿠키와 사소한 잡담을 나눈다. 로즈 크림맛 쿠키의 차갑고 우울한 마음에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따뜻한 온도가 옮겨 붙는다. 차가웠던 마음이 점점 미지근해지고, 이내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같은 따스함만 남는다.
그렇게 교문을 벗어나 한참을 걸어가니 갈림길이 나온다. 이제 서로 돌아서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마음 한 편으론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로즈 크림맛 쿠키가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에게 손을 흔들며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로즈 크림맛 쿠키, 너무 힘들어 하지마! 내가 같이 있어줄게."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그 쿠키의 미소에 위로과 응원이 걸려있다.
"응,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 정말 고마워."
로즈 크림맛 쿠키가 생글거리며 웃는다.
아.. 저 머리카락은 계속 봐왔지만 적응이 되지 않는다. 마주칠 때 마다 항상 얼핏보면 비슷하지만 다른 색조를 띤다.
보통은 은하수처럼 몽환적인 보랏빛을,
어떨 땐 의지하고 싶게 만드는 청량한 푸른 빛을, 가끔은 희미하게 나타나는 오로라같은 초록 빛을.
나는 그 초록 빛깔을 볼 때 마다 재로 바뀌어 바람에 흩날린 그 쿠키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 기억은 악몽이지만 그 쿠키와 있었던 일들은 분명 추억이기에,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오로라같은 초록빛이 싫지만은 않다. 오히려 그 쿠키가 아직 살아있다면 그런 모습일 정도로 친근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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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온 로즈 크림맛 쿠키는 침대에 걸터앉아 방금 일을 떠올린다. 사실은 그 일을 떠올리는게 아니라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를 떠올리는 것이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핑크빛 홍조가 머릿속을 맴돈다. 빨려들어 갈 것 같던 보라빛의 은하수, 초록빛의 오로라 같은 머리와는 대조되는 순수한 핑크색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때 마다 왠지 부정하던 마음이 증명받는 것 같다.
"나.. 그 쿠키 좋아하나."
스스로도 결론짓지 못한 마음이 제멋대로 입 밖으로 튀어나오자 소스라치게 놀란다.
하지만 내 감정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다.
블랙홀처럼 날 삼켜버릴 것만 같은 보랏빛을 좋아하는 것인지
의지하고 싶게 만드는 굳센 푸른 빛을 동경하는 것인지.
그 쿠키가 풍기는 정겨운 초록 빛을 그리워하는 것인지.
전부 다 같은 쿠키에서 나왔기에 그것들의 경계선이 흐릿해도 너무 흐릿하다. 어떤 게 틀린 오답일지, 맞는 정답일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어쩌면 전부 다 오답일지도, 혹은 정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로즈 크림맛 쿠키가 결론을 내린다.
나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몽환적인 보랏빛 향기의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를 좋아하며,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푸른 빛 열정을 좋아하며.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에게서 연상되는 초록 빛 마저도 좋아한다.
어쩌면 그 보랏빛, 푸른 빛, 초록 빛 중 어느 하나라도 없었더라면 전부 오답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나를 위로하겠다고 그렇게 신경써주었는데 좋아하게 된다면 그것은 과연 기만인가?
혹여라도 어린 시절의 내가 좋아하던 그 쿠키처럼 한순간의 선택으로 잃게 된다면..
로즈 크림맛 쿠키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시커면 생각들에 숨이 막혀온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그런 생각들을 접어두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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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이제는 슈가 코튼맛 쿠키와 인사 마저도 나누지 않는다. 다행히도 두 쿠키의 자리는 끝과 끝이었기 때문에 각자의 활동에 방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쿠키와 단 둘이 있는 것이 어색한 것은 마찬가지라 로즈 크림맛 쿠키는 다음부턴 조금 더 늦게 등교할 것이라고 다짐할 뿐이다.
길고 길던 시간이 지나고 반 쿠키들이 한두명씩 반으로 들어온다. 평소라면 로즈 크림맛 쿠키와 슈가 코튼맛 쿠키가 즐겁게 대화하는 것들을 보고 끼어들어 즐겁게 얘기하곤 했지만, 얼어붙어있는 반 분위기를 마주한 아이들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다.
그 분위기가 신경쓰여 반 아이들 누구도 나서지 못한 그 때, 다랑어맛 쿠키가 조심스레 로즈 크림맛 쿠키에게 속삭인다.
"그.. 혹시 둘이 싸웠어..?"
그의 얼굴을 굳이 마주보지 않아도 무척 걱정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아.. 미안, 괜히 너희들만 불편하겠네."
로즈 크림맛 쿠키 옆을 돌아봐 다랑어맛 쿠키를 마주본다. 역시나 걱정된다는 표정을 짓고있다.
"하하.. 아침에 기타 연습 할 공간이 사라져서 아쉬운 것 빼곤 괜찮아."
다랑어맛 쿠키가 가볍게 농담한다. 하지만 분위기를 띄우려던 다랑어맛 쿠키의 배려심이 묻어나던 농담은 되려 모두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어..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미안..!!"
다랑어맛 쿠키가 기타 케이스를 메고 황급히 반을 빠져나간다.
다행히도,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분위기도 자연스레 밝아지게 되었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그 상황에 안도하며 다시 자신이 할 일에 열중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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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을 일찍 먹고 반으로 돌아가는 와중, 로즈 크림맛 쿠키는 대화하고 있는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와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가 눈에 들어온다.
"헤헤.. 이쪽으로 걸어오면 놀래켜야지.."
로즈 크림맛 쿠키는 신난채로 그 두 쿠키의 대각선에 있는 기둥에 기댄다. 그리고 그 둘을 지켜본다.
"잘 된거 맞지?"
"네, 선배님이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조금 힘들었을 거예요."
"하하.. 그러면 그 일은 없는 일로.."
"물론이죠! 선배님이 잘만 해주신다면요?"
사적인 얘기는 아닐테고.. 둘이 동아리에서 서로 뭐 도와줬던 게 있었나..? 슈가 코튼맛 쿠키 일을 기점으로 친해졌나.. 그렇다면 다행인데.
로즈 크림맛 쿠키가 놀래키려는 목적도 잊은 채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와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를 흐뭇하게 쳐다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화의 주제가 점점 이상해진다.
"응.. 앞으로도 노력할게."
"제 말 안따르시면 그 쿠키들처럼 되는 것 꼭 명심하시고요!"
엥.. 뭐야. 협박이야..? 그나저나 그 쿠키? 슈가 코튼맛 쿠키 말하는 건가? 그렇다기엔 그 쿠키"들" 이라니.. 대체 무슨-
로즈 크림맛 쿠키가 패닉에 빠져있을 때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가 쐐기를 박는다.
"당연하지, 그 페이디드 라벤더맛 쿠키랑 오팔 데이지-"
"쉿. 아시면 조용히 하시구요."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의 입을 막는다.
뭐야.. 페이디드 라벤더.. 오팔 데이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
그렇게 생각하던 그 때.
"응? 로즈 크림맛 쿠키? 급식 빨리 먹었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손을 흔들며 로즈 크림맛 쿠키에게 다가온다.
분명 표정은 밝지만 어쩐지 그 대화를 들었을까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어.. 응. 오늘은 별로 배가 안고파서."
로즈 크림맛 쿠키가 억지로 미소지으며 인사한다.
로즈 크림맛 쿠키의 눈에 클라우드 소다맛 쿠키가 들어온다.
기분 탓일지 모르지만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와 대화할 때 보다 표정이 더 어두워 보인다.
그 때,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머리 색이 빛에 비추어져 처음보는 붉은 빛으로 물든다. 차분한 푸른 계열의 머리 색과 다르게 지금은 무언가 이상하다. 보랏빛이 날 집어 삼키려 했다면, 지금은 붉은 빛이 나를 녹여버리다 못해 태워버릴 것처럼 느껴진다.
현재의 상황을 보자면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마음을 대변하는 거.. 뭐 그런 건가..?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무척 긴장한 어조로 말한다. 평소와 다르게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눈빛이 싸늘하다.
"어디서부터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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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개 죄송합니다.. 휴재하고 오니 일주일만에 글을 써보네요ㅠㅋㅋㅋ 로즈 크림맛 쿠키가 마음 자각하는 걸로 꽉 채울 걸 그랬나.. 7화 끝이 조금 엥? 갑자기? 싶어도 다음화 부턴 약간 로맨스 전개가 될 듯 하네요..? 막장 드라마가 되~.
+오랜만에 글 씀 이슈로 목표 4000자 못 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