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얀데레물/일상물
이번 회차에 얀데레 요소 포함 X
약 2700자.
아래 음악을 틀고 들으시면 몰입이 더 수월하실 거예요.!!
《내 물감이 마를 때까지》
#011. 정리
ㅡ
로즈 크림맛 쿠키의 머리가 핑 돌며, 공간은 이상하게 왜곡된다. 로즈 크림맛 쿠키 앞에 로즈 크림맛 쿠키를 구해주겠다는 듯,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내민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시끄러운 소음들에 계속해서 휘청거리며 정신을 잃어가긴 싫었기에 그 부드러우면서도 차가운 한 손을 맞잡고 의지하며 서있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그러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그 어지러운 느낌에 이 상황이 끝나기만을, 자신이 꿈에서 깨어나기를, 그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며 눈을 질끈 감는다. 로즈 크림맛 쿠키가 눈을 감자, 순간 세차게 휘날리는 바람과 무너져 내리는 공간의 파편들이 바닥에 충돌하는 소음들이 정지된다.
곧 공간에는 고요함만 남는다. 로즈 크림맛 쿠키가 눈을 뜨자 공허에서 싱긋 웃는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로즈 크림맛 쿠키를 응시하고 있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갸우뚱하지만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를 보고 잠시 중얼거리다 한마디를 건넨다.
참 긴 꿈이네.. 이런 꿈도 다 꾸고.
"..저기 안녕,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
로즈 크림맛 쿠키는 조심스레 그 이름을 입에 담는다. 로즈 크림맛 쿠키의 말투엔 두려움과 의문감이 가득 서려있다.
"안녕, 로즈 크림맛 쿠키. 혹시 ▚▟▚▙▖▛▗?"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손을 살짝 흔들며 인사하고 대뜸 무언가를 묻는다.
이상하게도, 그 무언가를 말할 때 지직거리는 큰 소음이 같이 들려온다.
"응? 잘 못 들었어. 뭐라고?"
"로즈 크림맛 쿠키, 나를 좋아해?"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표정은 변함없이 활짝 웃고있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잠시 멈칫한다. 그리고 직감한다.
나를 방금 왜곡되는 공간해서 구해준, 그 부드러우면서도 차가운 손의 주인이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였구나.
"나는..."
로즈 크림맛 쿠키는 그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에 양심이 찔리듯 가슴 한 편이 따끔해진다. 그동안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를 좋아하기도 하다가, 그 쿠키를 위해 그 마음을 포기하려고 하기도 했다. 그 쿠키에게 자신도 호의를 베풀기 위해 포기한다고는 했지만, 오히려 계속해서 미련이 가득 남아 요동치는 마음에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생각한다. 이제 정말로, 확실하게, 미련없이 바뀌지 않을 마음을 정해야 한다고. 그 쿠키를 위해, 전에 포레스트 블룸 쿠키와 있었던 일처럼 바뀌어버리지 않도록. 로즈 크림맛 쿠키는 갑자기 떠오른 어린 시절의 기억에 젖어 그 때를 회상한다.
그 때는 로즈 크림맛 쿠키는 포레스트 블룸 쿠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꽁꽁 숨겼었다. 이상형이 있냐면 은하수같은 쿠키카 좋다던가, 모두를 끌어당기는 쿠키라고 답하곤 했었다. 그 말들은 사실 그 쿠키를 좋아하는 것을 들키지 않기 하기 위해 대충 지어낸 작은 거짓말 정도였다. 따지고 보면 거짓말까진 아닌가.. 그 애의 은하수같은, 넓은, 따스한 성격을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니까.
그런 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잘 드러내지도 않으며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진실을 연기하는 가면이 로즈 크림맛 쿠키의 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항상 제 마음을 숨기며 포레스트 블룸 쿠키를 대했다. 그 결과로 그 쿠키에게 어떠한 실수를 저질렀기에 포레스트 블룸 쿠키와 조금 서먹해지게 되었고 행복, 행운, 어쩌면 다른 일에 눈이 멀어 결국 그 쿠키를 잃었다.
로즈 크림맛 쿠키가 기억에 휩쓸려 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을 끝낸다. 그리고 씁쓸하고도 아쉬운 기억들을 고이 접어 다시 눈에 닿지 않는 곳에 올려둔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그 일이 반복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어째선지 마음 구석에 자리잡은 불편한 응어리가 로즈 크림맛 쿠키에게 조곤조곤 속삭인다.
"그 행동이, 과거와 다른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 모르잖아?"
"정말 과거와 다른 달콤한 결과를 맛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확실하지도 않은 채로 도전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나 둘 모이는 작은 속삭임들이 로즈 크림맛 쿠키의 발목을 잡는다. 그래, 다 맞는 말이다. 어쩌면 그 가면을 쓰지 않고 나를 표현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 그렇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안전한, 안락한, 안정된 방향으로 가야만한다.
늘 그랬 듯, 나는 그 편안한 관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우리는.. 친구잖아. 그렇지?"
로즈 크림맛 쿠키가 덤덤한 어조로 말한다. 로즈 크림맛 쿠키의 마음은 꼬인 실처럼 복잡했지만, 다시 그 가면 속으로 들어가기로 한 이상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대답에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표정이 굳는다.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의 동공은 흔들리고 있고 표정을 숨길 수 없는 사람처럼 입모양도 조금 어색하다. 얼핏보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해도 믿을 것 같이 생생한 반응에 로즈 크림맛 쿠키는 살짝 죄책감이 든다.
이게 현실이라면 이런 반응이려나..
하지만 그 죄책감이 무색하게도,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는 흥미로운 듯 살짝 미소지으며 답한다. 친절한 척 하는 날카로운 눈빛이 어째선지 로즈 크림맛 쿠키를 시험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게 네 대답이구나? 내 호의에 대한 보답이 그거야? ...뭐, 조금은 흥미롭네."
너의 그 대답, 꼭 변치 않길 바라?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가 티가 나지 않을 정도의 비웃음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하게 속삭인다.
그 말을 남긴 미드나잇 베리맛 쿠키는 짙은 안개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로즈 크림맛 쿠키는 이 말의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보며 깊었던 꿈에서 깨어난다.
ㅡ
오늘 필력은 괜찮은 것 같은데 분량이 아쉽다..
대충 완결까지 짧으면 4화 길면 6화 정도 남은 것 같네요!! 완결까지 화이팅..
+차기작은 등장인물들을 어필해야 하는 아이돌 서바이벌물이라.. 소설이 아니라 웹툰에 가까운 형식으로 도전해보려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물론 웹툰인 만큼 분량도 적어지고.. 주 1회연재로 바뀔 듯 하네요
+ 아이돌 서바이벌물인 만큼 데뷔/탈락도 여러분들의 투표에 달려있을 예정이랍니다!!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