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얀데레물/일상물
오늘 회차엔 얀데레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회차를 이해하시기 위해서는 전 회차들을 잘 파악하고 계셔야 내용 이해가 쉽습니다..
약 3100자.
아래 음악을 틀고 들으시면 몰입이 더 수월하실 거예요!!
《내 물감이 마를 때까지》
#010.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로즈 크림맛 쿠키는 스쳐 지나간 기억을 의심한다. 그 기억 속에는 분명하게 포레스트 블룸 쿠키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어쩐 일인지 후련한 표정을 짓고 있긴 했지만...
하지만 그럴리가 없는데, 포레스트 블룸 쿠키가 그 숲에서 무사히 빠져 나갔다고? 그 깊숙한 숲에서 어떻게.. 그것도 그쪽은 출구가 없잖아. 내 착각인가?
로즈 크림맛 쿠키는 혼란스럽다. 그 스쳐 지나간 주마등이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낸 착각에 불과 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그 짧은 기억을 지나간 그 초록빛 눈동자는 그 쿠키가 아닐 수 없었다. 그 눈을 가지고 있는, 그리고 따라할 수 있는 쿠키는 포레스트 블룸 쿠키 뿐이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정신이 아득해진 느낌이 든다. 미처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과 그 쿠키만 아는 그 곳을.
ㅡ
과거.
"포레스트 블룸 쿠키! 빨리 와~!"
로즈 크림맛 쿠키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머리 위로 흔들고 있다.
따스한 오후 2시의 햇살이 나뭇잎을 통해 로즈 크림맛 쿠키의 얼굴에 푸른 그림자를 스며들게끔 한다.
"응, 로즈 크림맛 쿠키!"
포레스트 블룸 쿠키는 로즈 크림맛 쿠키 쪽으로 달려온다.
로즈 크림맛 쿠키와 포레스트 블룸 쿠키는 깊은 숲 속 냇가 옆 작은 통로를 통해 더 깊숙한 숲으로 들어간다. 걸어가면 걸어갈 수록 더 으스스하고 신비한 분위기의 숲이 그들을 반긴다. 보통의 쿠키들이라면 그 곳을 두려워하지만 그 두 쿠키는 제 집인 것 마냥 드나들었기에 익숙하다.
두 쿠키는 계속 걷고 걸어 마침내 낡은 신전에 도착한다. 그 신전은 오래 전 부터 조상들이 머무르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 사람이 오지 않고 한적하다. 다른 경우들과는 다르게 그 신전이 있는 숲의 구역만 특이하게 습기가 많았다.
오래된 신전임을 증명하듯 이끼가 무성한 기둥과 신비할 정도로 반짝이는 푸른 색의 안개가 얕게 보인다. 둘은 여느 때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신전 안으로 들어간다. 어두운 신전과 대조되는 강렬한 노란 빛이 신전 중앙에 위치한다. 그 빛이 감도는 곳엔 반짝이는 설탕 날개의 나비들과 얕은 바람에 생글거리는 노란 꽃들이 존재한다.
"포레스트 블룸 쿠키, 너 이 꽃이 무슨 꽃인지 알아?"
로즈 크림맛 쿠키가 노란 꽃 앞에 웅크리며 포레스트 블룸 쿠키를 올려다본다. 로즈 크림맛 쿠키의 루비같은 붉은 눈이 노란 빛과 결합되어 언뜻 보면 그 노란 꽃들과 비슷한 빛을 낸다.
"으음.. 이 꽃.. 어디서 보았는데.. 뭐였더라?"
포레스트 블룸 쿠키가 로즈 크림맛 쿠키가 가리키는 노란 꽃을 보고 고민에 젖는다. 노란 꽃을 보는 포레스트 블룸 쿠키의 에메랄드같은 초록 빛의 눈도 그 노란 빛과 동화된다.
"이건 메리골드야. 정말 예쁘지? 눈부신 햇살을 닮은 꽃이라고도 불린대."
로즈 크림맛 쿠키가 메리골드 한 송이를 꺾어 포레스트 블룸 쿠키에게 건넨다.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던데... 아무튼 너한테 이 꽃을 주고 싶었어."
그 꽃, 메리골드를 받는 포레스트 블룸 쿠키를 보고 로즈 크림맛 쿠키는 싱긋 웃는다. 그리고 꽃을 받은 포레스트 블룸 쿠키도 기웃거리며 메리골드를 살펴보다가 이내 활짝 웃는다.
"이 꽃 정말 내게 주는거야? 고마워!"
곧 그들의 눈은 그 신전의 강렬한 빛, 그리고 노란 꽃, 메리골드의 신비한 향취로 가득 채워진다. 그 순간 만큼은 두 쿠키 다 메리골드의 꽃말처럼 포근한 행복감에 젖어 신전 중앙을 비추는 따스한 햇빛 속을 즐긴다.
ㅡ
다시 꿈.
아, 그 신전 근처 숲은 유독 습기가 많았다. 어쩌면 포레스트 블룸 쿠키는 그 신전 안에서 버티고 있었던게 아닐까?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긴 하지만 그 습기에 대한 숲의 전설도 있는지라 그렇게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깊이 생각하다가 의문감이 생긴다.
근데.. 살아 있었다고 치면 왜 나타나지 않은거지? 실종/사망 처리된 것을 뻔히 알고 있었을텐데..
[궁금해?]
잠시 사라졌던 포레스트 블룸 쿠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응? 잠시만 그렇다면.. 포레스트 블룸 쿠키가 죽지 않았다면 포레스트 블룸 쿠키의 영혼같은 이 목소리는 어떻게 여기에 있을 수 있지?
로즈 크림맛 쿠키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모순이 드러난다. 로즈 크림맛 쿠키는 그 사실을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허공에 소리친다.
[그건 말야-]
"저기, 너 포레스트 블룸 쿠키 아니지. 너 누구야."
로즈 크림맛 쿠키의 지적과 굳센 눈빛에 놀랐는지 말을 멈추고 잠시 멈칫한다. 그리고는 선명한 비웃음이 숲 전체에 울려 퍼진다.
[아하하. 내가 포레스트 블룸 쿠키가 아니면 누군데? 포레스트 블룸 쿠키는 이미 죽었다고.]
포레스트 블룸 쿠키의 목소리가 소름끼칠 정도로 날카로워진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로즈 크림맛 쿠키를 원망하는 듯한 어조이다.
"그럴리가.. 내가 방금 혼령들에게 보고 들은 게 있는데."
계속되는 로즈 크림맛 쿠키의 부정에 오랫동안 아무 말도 없이 숲 전체가 고요해진다.
그 때,
로즈 크림맛 쿠키 앞에 포레스트 블룸 쿠키로 보이는 불투명한 유리같은 형체가 서서히 나타난다. 방금까지 그 목소리의 날카로운 말투와 달리 때 묻지 않은 깨끗한 유리같이 맑은 보석 조각들이 떠다닌다. 그 모습이 꼭 어린 시절의 포레스트 블룸 쿠키를 보는 것만 같아서, 로즈 크림맛 쿠키는 순간 넋을 놓고 바라본다.
[그래, 용케도 알아냈네? 나는 너가 만들어낸 포레스트 블룸 쿠키의 환상이야. 너가 알던 순수한 포레스트 블룸 쿠키가 아니라고.]
"그게 무슨..?"
[조금 잔인한 말 좀 해도 될까?]
유리같이 반질거리는 형체가 입을 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내용은 로즈 크림맛 쿠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지금까지 내가 너를 죽일 듯 위협하는 것 처럼 느껴지던 것도 전부 네 자책과 죄책감, 그리고 포레스트 블룸 쿠키의 대한 그리움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환각이야.]
[너가 만들어낸 환상인 걸 내가 밝힌 이상 이곳은 무너질거고, 너는 더이상 이 꿈을 꿀 수 없을거야.]
로즈 크림맛 쿠키는 벙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이 꿈에서 있었던 일이 자신의 환각이라고 들으니 허무함과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온다. 포레스트 블룸 쿠키와 대화하는 게 아니였다는 사실에서 온 슬픔이었을까. 또는 잠시 동안 산 줄 알았었던 포레스트 블룸 쿠키가 죽은 것이라는 사실에서 온 슬픔이었을까. 로즈 크림맛 쿠키는 잠시 멍해지며 말없이 그 형체를 바라본다.
[아, 참. 네가 들은 혼령들의 말, 스쳐지나간 짧은 장면마저 거짓은 아니니까 걱정 마.]
유리같은 형체에 작은 금이 가다가 이내 깨져버리기 직전의 형태로 변질된다. 깨끗하던, 때 묻지 않은, 반짝이는 형태는 사라지고 검은색이 드문드문 나타나는 금 간 유리의 형태가 로즈 크림맛 쿠키의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면 포레스트 블룸 쿠키가 살아있을 수 있다고..?"
[어쩌면 네 주▟에 있▝지도▬▚▛❚▛▗▜▜▟▝]
ㅡ
이번에 색깔이 새로 나와서 무척 당황했습니다.. 근데 핑크색도 생겨서 오히려 나쁘지 않을지도..
근데 슬슬 저도 이 세계관에 혼돈이 오기 시작했어요.. 쓰다가 세계관 오류가 한 열 번은 난 듯.. 아 제대로 설정 짜고 쓸 걸